메모리 급한 애플, 중국산 칩 쓰나
애플이 전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산 메모리 칩까지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에서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반도체 사용에 대한 경계심이 이어지고 있지만, 애플은 공급망 확보를 위해 가능한 선택지를 폭넓게 살펴보는 모습이다. 동시에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일상에서 활용하기 쉬운 실용적인 AI와 기기 경쟁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에서 메모리 공급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터너스 CEO는 “메모리 부문의 제약은 절대적 위기”라며 “모든 선택지를 탁자 위에 올려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타임이 선정한 ‘2026년 최고 발명품들’ 특집의 표지 모델로도 소개됐다.
터너스 CEO의 발언은 메모리 반도체 부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애플이 특정 공급처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중국 메모리 제조사 창신메모리(CXMT)의 제품도 이러한 검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 문제를 이유로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경계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애플의 움직임이 실제 조달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애플은 최근 CXMT의 메모리 칩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성능과 품질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풀이되지만, 실제 채택 여부와 적용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경우 애플이 기존 공급망 외의 선택지를 확보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행정부는 중국산 메모리 사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8월 “미국의 훌륭한 기업들이 중국산 메모리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며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산 반도체를 둘러싼 안보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애플이 공급망 안정과 정부 정책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주목되는 이유다.
터너스 CEO는 이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만났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이는 애플이 메모리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협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전임 CEO인 팀 쿡 애플 집행의장 역시 행정부와의 의견 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쿡 의장은 중국산 메모리를 중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한해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산 메모리의 사용 범위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미국 정부의 우려를 줄이면서 공급 대안을 확보하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방안이 실제 정책적 합의나 제품 채택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애플은 메모리 공급 문제와 별개로 AI 개발 전략에서도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방향을 강조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메타, 아마존, 엔비디아, 오픈AI, 앤스로픽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은 초지능 AI 개발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애플은 첨단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 경쟁의 최전선에서 공격적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하기보다는, 자사 기기와 서비스에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AI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애플 경영진은 이러한 전략에 대해 조급해하지 않는 분위기다. 기술 자체의 성능을 높이는 경쟁만큼이나 이용자가 실제 생활에서 편리함을 체감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며 AI를 일상에 자연스럽게 접목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터너스 CEO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리적 기기를 원한다”며 “아무리 강력한 AI가 등장하더라도 사용자가 AI와 소통하는 접점은 결국 애플의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모델 자체의 경쟁력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기기를 통해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전달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긴밀하게 결합하는 기존 전략을 바탕으로 AI 기능을 자사 제품에 적용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서도 개인정보 보호와 사용자 경험을 차별화 요소로 삼아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터너스 CEO는 지난달 1일 팀 쿡 의장의 뒤를 이어 애플 CEO로 취임했다. 새로운 경영진이 메모리 공급 부족과 미·중 기술 갈등이라는 외부 변수에 어떻게 대응할지, 또 실용적 AI 중심의 전략으로 글로벌 기술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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